전생업을 녹인 머슴

 

카톡에서

전생업을 녹인 머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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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날 경상 최부잣집에

을덕이라는 머슴이 새로 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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며칠 살펴보니 짐은 남보다 세 배를 지고​

몸은 두 배로 재빠르며

일 눈까지 밝아 기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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흡족한 최부자는 들어온 지

며칠 안 된 애송이에게

​

사랑채 심부름까지 도맡기며

각별하게 대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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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날 최부잣집에 파계사 스님이 오셨는데

스님이 새로 온 머슴의

상을 보니 예사롭지 않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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큰 시주자인 최부자에게 횡액을

끼치고도 남을 업장을 지닌 위인이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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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런 업장을 지닌 위인은 언제 어디서든

불씨만 닿으면 터지게 되어 있는 화약고와 같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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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생의 악업 때문에

온몸에 분심과 살생의 기운이 가득하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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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진 중생 거두었다가 괜한 횡액 당하지 마시고

속히 내보내도록 하십시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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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부자는 덕 높은 스님의 도력을

익히 알고 있었기에 아끼는 일꾼을 내보내기가

 

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

그날로 당장 내보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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뜻밖에 쫓겨난 머슴의

심정은 허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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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든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

일찍 부터 시작한 머슴살이였습니다.

 

​일솜씨는 좋았지만 성을 잘 내고

일단 싸움이 터졌다 하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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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에 뵈는 게 없는 성질 때문에 세경 한푼 못 받고

쫓겨난 집이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.

 

하지만 이번만은 정말 억울했습니다.

모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기도 했지만

 

스스로도 분기를 잘 다스리려고

마음을 다잡은 덕분에

아직까지는 다툼질이 없던 터였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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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다리목에 도착하니

마침 홍수 뒤끝이라

다리마저 떠내려가고 없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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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년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

이놈의 팔자는 어찌 이리도 박복한가? 하고

강기슭에 주저앉아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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흙탕물에 잠겼다 떠올랐다 떠내려가는

이상한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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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펴보니 썩은 짚단에

개미들이 새까맣게 엉켜 붙어 있습니다.

 

머슴은 동병상련의 측은지심으로

그 짚단을 끌어 당겨 개미들을

모두 뭍으로 옮겨주었습니다.

 

해가 저물자 머슴은 어쩔 수 없이

최부잣집으로 돌아가 다리 끊긴 사연을 아뢰고

하루밤만 재워줄 것을 청하였습니다.

 

그런데 최부자 옆에 서있던

스님이 머슴의 손을 잡고 물었습니다.

 

오늘 아침 이 집을 나갈 때까지는

너에겐 분명 살상의 기운이 가득했는데

지금은 전혀 그런 기운이 없다

 

이는 그 사이에 네가

큰 복밭을 일구었다는 얘긴데

 

그렇게 두터운 업장을 소멸시킬 만한

복을 하루 낮에 짓는다는 것은

참으로 어려운 일이네!

 

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

소상히 털어놔 보게나!

 

머슴이 오늘 하루 겪은 일과

그 심사를 소상히 아뢰자

스님은 무릎을 쳤습니다.

 

과연 그렇구나!

짚단 하나를 까맣게 덮을 정도라면

 

개미가 수만 마리 될 것인즉

어려움에 처한 수만 생명을 구였으니

 

너는 오늘 스스로 큰 작복의 터를 일구었고

그것으로 전생의 두터운 업장이 소멸되어

 

남에게로 향하던

분심과 원심 (怨心) 이 봄눈 녹듯 사라졌다.

 

이렇듯 화도 복도 내 안에서 비롯되는 것이니

부디 그 복밭의 종자를 잘 갈무리하여

앞으로는 부지런히 복밭을 잘 일구시게나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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머슴 을덕이는 감격하여

스님께 눈물로써 삼배를 올렸습니다.

 

을덕이처럼 누구에게나

물들지 않은 본심은 있습니다.

이 본심을 찾는 일이 불자의 수행입니다.

 

= 혜총 스님 법문=

 

-공양 올리는 마음 도서에서-

ilcheyusimjo108 올립니다._()_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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