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음성고 (五陰盛苦)
잠시도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
우리들 중생의 삶이요, 인생이다.
흐르는 시냇물보다도, 날아가는 화살보다도
더 빨리 흘러가고 날아가는 것이
우리의 삶이며, 인생이다.
청운의 푸른 꿈은 아침 햇살에 걷히는 안개처럼
그렇게 사라지고 산을 허물 듯한
청년 시절의 그 기개는
잠깐 사이에 두더지가 파놓은
뒤뜰의 흙두덩이 조차
옮기기도 힘겨워질 때 우리는
허무와 고독의 수렁에서
인생의 무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.
이팔 청춘의 꽃다운 나이에 윤기가 넘치던
검은 머리는 이른 봄날, 산등성이에 미처 녹다만
잔설 마냥 흰머리가 하나 둘 늘어갈 때
진실로 내 가슴에 몰아치는 이 허무와 고독
그러나 어찌하랴!
나 홀로 걸어왔고, 나 홀로 가야 할 내 인생인 것을...
곧은 허리는 굽어져 수양버들이 되어가고,
갓 핀 깨꽃같이 분홍빛 윤기가 흐르던 고운 피부는
어느새 쓰다버린 헤어진 수세미처럼 변해 버렸지만
그것이 내 얼굴이요, 내 인생이 아닌가?
훤한 이마는 빨래판처럼 골만 깊어져 가고,
우렁찼던 목소리는 갈대밭을 스쳐 가는
바람소리모양 쉰 소리를 내고
총명했던 두 눈은 어물전 망태기 속에
들어있는 물고기마냥 허멀게지는 것이
어찌 누구의 탓이겠는가?
쭉 뻗은 건장한 팔다리와 우람했든
이 몸이지만 어느 날인가 굽은 물푸레나무
걷지도 못하게 될 그것이 내일의 나가 아닌가?
정녕 그렇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인생의 종착역,
그 종착역을 향해서 달려가는 이 중생의 시간표를
지금이라도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?
돌아보면 회한과 허무와 무상의 칼날이
내 목을 조인다. 뒤는 회한과 아쉬움이 늪이요,
앞을 보니 고독과 허무의 수렁뿐이다.
그러나 어찌하랴!
중생으로 태어난 이 몸은 그렇게 살다가
그렇게 가게 되어 있는 것을...
오음성고 (五陰盛苦) 라 합니다.
'卍 불교 공부 卍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십이연기 (0) | 2015.12.07 |
---|---|
중생들의 여덟 가지 괴로움 (0) | 2015.11.24 |
오분법신향 (五分法身香) (0) | 2015.05.05 |
생전예수재 (生前預修齎) (0) | 2015.05.05 |
문수동자게 (文殊童子偈) (0) | 2015.05.05 |